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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Activate 신청 후기

춘햄 2025. 12. 10. 13:55

 회사 카드로 클라우드 비용을 결제할 때는 절대 이런 생각을 못 했다. 그냥 "인프라가 필요하네? EC2 띄우자." 하면 끝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막 퇴사를 결심하고 1인 개발자로 홀로서기를 준비하다 보니,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프리티어(Free Tier)? 물론 고맙다. 하지만 1년짜리 시한부인 데다, 조금만 트래픽이 튀어도 과금 폭탄 걱정에 잠을 못 잔다.

 

결국 스타트업의 빛과 소금, AWS Activate Founders($1,000 크레딧)를 신청하기로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그냥 신청한다고 주는 게 아니구나." 

 

오늘은 내가 안일하게 신청했다가 Reject을 당하고, 다시 보완하여 하루 만에 다시 승인 받은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사업자를 낼 생각도 아니었다. 그냥 1인 개발자로 이것 저것 서비스 올려보다가, 사람들이 좀 쓰겠다 싶으면 사업자를 올리려고 했다. 

 

AWS Activate Founders의 승인 조건 자체가 "사업자 번호"가 들어간 회사 홈페이지길래,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등록할 거 같은데, 빠르게 등록하자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자신만만했다.

 

AWS가 요구하는 게 '사업의 실체'라면, 그 실체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치 npm install 하듯이 필수 요건들을 하나씩 설치해 나갔다.


비상주 사무실: "치킨 한 마리 값의 본사"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주소지였다. 집 주소로 사업자를 내면 전 국민이 내 집을 알게 된다.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이고, 나중에 이사 갈 때마다 변경 등기 칠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아팠다.(뭐, 자동으로 해주긴 하던데... 그래도)

 

그래서 '비상주 사무실'을 알아봤다.

 

집 근처 인천 어딘가에 월 15,000원짜리 업체를 찾았다. "아니, 월 15,000원이면 넷플릭스 프리미엄보다 싼데?" 계약서 도장 찍는 데 10분도 안 걸렸다.

 

그렇게 내 서류상 본사가 생겼다. 싸구려라 의심받을까? 아니다. AWS 심사관이 이런 부분까지 신경쓸 리 없었다.


개인사업자 등록

홈택스(Hometax)는 위대했다. 세무서 갈 필요도 없다.

  • 업태: 정보통신업
  • 종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코드 722000)  이 코드가 찍힌 사업자 등록증이 PDF로 떨어지는 순간, 나는 공식적인 '사장님'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gmail.com? ㄴㄴ 너무 짜침, 메일 서버 등록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신청서에 gmail.com이나 naver.com을 적으면 "너네 진짜 회사 맞아?"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다.

도메인 이메일(admin@company.com)이 필수다.  

 

보통 Google Workspace(구 G-Suite)를 쓰지만, 유료다(월 $6). 아직 매출 0원인 1인 개발자에게 매달 나가는 고정비는 죄악이다.

 

그래서 AWS WorkMail을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월 $4지만, 크래딧으로 지불하면 되니까...)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 도메인 구매: 가비아에서 도메인을 샀다.
  2. Organization 생성: AWS 콘솔에서 WorkMail 조직을 만든다.
  3. DNS 레코드 설정 (The Hell): 이게 하이라이트다. 메일 하나 보내고 받으려면 도메인 관리 페이지(DNS Management)에 가서 레코드를 심어야 한다.
    • 소유권 확인용 TXT 레코드 추가
    • 메일 수신용 MX 레코드 추가
    • 스팸 취급 안 당하려는 CNAME 레코드 추가   마치 nginx.conf 설정하듯이 DNS 레코드를 하나하나 박아 넣고 Pending 상태가 Verified로 바뀌길 기다린다. "메일 주소 하나 갖기가 이렇게 힘든 거였나?"   어쨌든 반나절의 삽질 끝에 ceo@slowflowsoft.com이라는 이메일 주소를 얻어냈다.

그리고 대망의 신청

  • 사업자 등록증: 준비 완료.
  • 회사 주소: 준비 완료.
  • 이메일: 준비 완료.
  • 웹사이트: 서비스 알파 테스트를 위한 소개 페이지(alpha.slowflowsoft.com)

"이 정도 서류면 완벽하다." 자신 있게 제출 버튼을 눌렀다.


결과: 1시간 컷 (넌 못 지나간다.)

안돼. 들어줄 생각 없어. 돌아가.

 

밤 12시 반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바로 침대에서 기절했다. 부푼 기대감과 함께... 하지만 아침에 내가 받은 메일에 적혀 있는 문장은 Sorry였다.

 

메일이 온 시간을 보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담당자가 검토한 시간조차 아니었다. 이건 100% 봇(Bot)이 필터링한 거다.

 

내가 반나절 동안 DNS 레코드랑 씨름하고, 부동산 계약서 쓰고 했던 노력이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부정당했다.


왜 리젝 당했을까? 차근차근, 디버깅해보자.

 탈락 메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원인을 분석했다. AWS 입장에서 내 신청서는 '투자할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크레딧 타먹으려는 학생 과제'로 보였을 것이다.

 

가장 큰 패착은 '웹사이트'였다.

  1. 도메인의 문제: babplealpha... 이름부터가 "아직 테스트 중이다."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2. 서브 도메인: 메인 도메인도 아니고 서브 도메인을 냈다. 신뢰도가 바닥이다.
  3. 콘텐츠: 회사 소개는 없고, 덩그러니 기능 구현된 앱 페이지만 있었다.

ㅇㅋ, 난 회사가 아니라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었다.

 

AWS Activate 심사 팀은 "이 서비스가 얼마나 훌륭한가"를 보는 게 아니다. "이 팀이 비즈니스를 할 준비(Real Deal)가 되어 있는가"를 본다.


최대한 뭔가 있어보이게

 접근 방식(Architecture) 자체를 바꿨다. 엔지니어가 아니라, 사장으로.

 

Step 1. 제대로 된 간판 달기: 알파 테스트용 URL은 알파테스트 할 때 쓰고, 메인 도메인으로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

Step 2. 그럴듯한 랜딩 페이지 구축: 기능은 중요하지 않다. 회사의 비전(Vision)이 보여야 한다.

  • 디자인: 개발자들이 환장하는(사실 내가 환장하는) 딥 다크 네이비 테마 적용.
  • 로고: Infinite Ripple 컨셉의 세련된 로고 배치.
  • 카피라이팅: 몰라, 뭔가 있어 보이는, 회사 이름과 뜻을 같이 하는 그럴 듯한 문구면 된다.
  • Footer: 사업자 등록 번호, 대표자 이름, Contact 이메일을 명시해서 '법적 실체'임을 강조.

Step 3. 링크드인(LinkedIn) 업데이트 AWS는 신청자의 신원을 중요하게 본다. 프로필에 Founder & Lead Developer를 박아넣고, 회사 페이지와 웹사이트를 연동하고, 프로필 사진도 회사 로고(물론 AI가 만들어준)로 맞추고 인증 뱃지까지 달았다. 


재신청

모든 리팩토링을 마치고 오후 5시 30분, 다시 신청 버튼을 눌렀다.  

 

4시간이 지나도 메일이 안 온다.

 

이때 직감했다. "아, 봇(Bot)은 통과했구나."

 

이제 사람(매니저)이 내 사이트를 클릭해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출근해서 휴대폰을 책상에 두고 화장실을 가려는데 "띵동!" 이메일이 왔다.


승인

 아, 이게 뭐라고... 무슨 대학교 합격 발표마냥 떨렸다. 

 

확인을 해보니,

 

 

진짜 어찌나 기쁘던지...ㅋㅋㅋ 이런 설렘. 상당히 오랜만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든ㅡ든해서, 한 5분 정도는 바라만 보고 있었다...ㅋㅋㅋㅋ

 

이제 한 6개월 정도의 서버비는 굳었으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결론: 개발자도 '포장'이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코드 퀄리티나 기능 구현에만 매몰되곤 한다. 하지만 외부의 지원을 받거나 투자를 유치할 때는 '보여지는 신뢰도'가 성능 최적화만큼이나 중요하다.

  1. 도메인에 돈 아끼지 마라: 서브 도메인, 무료 도메인은 필패다.
  2. 테스트 페이지 내지 마라: 심사관은 베타 테스터가 아니다. 회사를 소개하라.
  3. 영어는 비즈니스 톤으로: 번역기 돌리더라도 있어 보이는 단어(Impact, Connect, Scale)를 써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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